75주기에 열어보는 역사의 봉분- 유족 박용준님 댁 사연 (필명 김자현)

내 남편 내놓아라

고인 박우수님 당시의 모습
고인 박우수님 당시의 모습

 

밀고헌 놈 으떤 성씨의 으떤 놈이여

너도 제 명에 죽는가 어디 두고 봐라!

서리서리 맺힌 한이 서릿발처럼 네 심장에 박힐 것이여

이제, 내 입은 폭탄이요, 내 눈은 화염방사기!

내 낭군 내놓아라

박우수, 내 남편은 최영심 것이로되

은제 으디서 누가 죽였더냐 엇찌케 죽였더냐

가족 사랑만 아는 내 남편 박우수 못 봤소

포고령이 어떤 씨브럴 놈의 명령이냐

편물공장 박사장 어데 갑디여

여수시 서교동에 순사들 들이닥쳐 박우수 잡아갈 때

언놈의 사감이 작동헌 것이 분명허고 말고

그놈을 대어라 놈을 족칠랑께

지보다 편물 혀서 돈을 더 잘 벙께 밀고한 것이여

자운영이 새빨갛게 저리저리 지저리 폈는데

하루해가 다르게 썩어갈 그 몸을 내놓으시오

시신도 없다는 게 뭔 말이요

최영심이 허락도 없이

내 남편 그 생 목심이 은제 으디서 승냥이 밥 되었다냐

부릅뜬 두 눈에 구더기 슬기 전

내 남편 내 놓아라

지긋지긋한 왜놈들 떠나가는 줄 알았더니

배울 게 없어 살육을 배웠더냐

세상이 바꼈다문 밀정과 앞잽이 잡아들일 일이지

낮밤 없이 편물 혀서 식구봉양 하던 놈을

어째서 잡어가 죄인을 만든다냐

어디로 잡아다가 방아쇠를 당겼더냐

형무소 수감자가 종적이 없다니 혼자 발을 달고 어디로 갔것소

하늘로 솟았것소 땅으로 꺼졌것소

이게 나라냐, 제 국민 잡아먹는 게 대통령이더냐

일제 앞잡이가 얼굴 바꾸더니

미제 앞잡이가 살육에 앞장서네

낱낱이 따져보게 이승만을 내놓아라

내 남편 편물공장 박 사장 내놓아라!

 

*. 희생자- 박용준님의 부친으로 고 박우수님 입니다. 당시 34세로 아내 고 최영심 님 사이에 3남매를 두셨습니다. 여수 서교동 시내에 살며 편물공장을 운영하셨답니다. 생업에만 열중했던 분으로 여순사건 직후 갑자기 들이닥친 형사들에 의해 연행 구금되셨으며 순천 법원에서 재판, 포고령 위반으로 5년 형을 선고받고 공주교도소에 복역 중이셨답니다. 1950년 6.25 직전 복역 중인 수감자들 모조리 포고령 위반자, 사상범 등으로 몰아 학살할 때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한답니다. 사유도 날짜도 모르고 시신도 찾지 못하셨답니다.

6.25 직전에 전국 형무소 재소자들을 모두 몰아다 학살한 현장이 대전 <곤령골>이라는 사실이 발굴되어 그곳에서 희생당하시고 그곳에 묻히신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은 필자에게 드는 생각입니다. 그 곤령골이라 한들 70년이 더 지나고 세상에서 제일 긴 무덤에서 이제와서 어떻게 시신이라도 수습할 수 있겠습니까.

이승만을 어떻게 자연사하도록 우리는 방치했을까요. 제나라 식민지를 만들려고 타민족 수백만을 학살한 원흉, 미국은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무기를 팔기 위해, 자국의 패권을 영속시키기 위한 전쟁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지구촌에서 멸절시키지 않는다면 전 세계는 평화를 언제까지나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의 친손과 외손들
유족의 친손과 외손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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