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곳곳에 총과 칼만 부딪히지 않을 뿐 적개심의 강도는 이미 같은 하늘아래 함께 살 수 없는 적이 되어 부딪히고 있습니다.

‘임금이 백성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고, 80, 90 노인들이 땅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던 요순시대’ 그 태평성대에 부르던 격양가(擊壤歌)입니다.

日出而作(일출이작 : 해 뜨면 나가 일하고),
日入而息(일입이식 : 해지면 돌아와 쉰다),
鑿井而飲(착정이음 : 우물을 파면 마실 물 나오고),
耕田而食(경전이식 : 밭을 일구면 배고플 일 없으니),
帝力於我何有哉(제력어아하유재 : 나 어찌 제왕의 권력이 부러울까)!

이 격앙가는 사기를 쓴 사마천보다 360년 후에 태어난 황보밀이 쓴 제왕세기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마치 요왕 시대의 문자를 옮긴 듯 황보밀은 이 글을 썼지만, 뻥튀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사마천의 요순으로는 양이 차지 않아 훨씬 전인 삼황으로까지 역사를 늘려놓았지요.

지금 중국은 몽골과 여진의 지배를 떨쳐내고 유사 이래 최고의 국력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5천 년 전의 역사를 더 늘려가고 있고, 주변 오랑캐라 업신여기던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의 역사까지 중국기원으로 몰아가며 지배를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고구려 역사만 가져가려고 하진 않겠지요.

대만은 독립성향의 민진당이 1월 총통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하였습니다. 8년 연임한 차이잉원 뒤를 이어 라이칭더가 총통에 당선되어 5월에 취임합니다. 중국정부는 계속 도발하며 민진당 간 보기 내지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중국과 대만 해협의 중앙선을 경계로 삼았는데 중국은 이를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자 언젠가는 중국과 하나의 중화민국이 되자는 사람들까지 중국을 더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경제적인 손실까지 감수하며 8년 집권 후 정권교체를 꾸준히 해왔던 대만인들이 민진당에 4년 더 집권을 허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약 중국이 무력으로 침공하면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전쟁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냥 현상 유지를 하자고 합니다. 또한 절대 중국이 무력으로 쳐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대만은 가장 안전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한국이 전쟁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하더군요. 각자 자기들 입장에서 편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한국의 여야 갈등은 거의 내전 상태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상대의 목에 직접 칼을 대는 상황이지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현재 내전 상태인 나라들 보면 군부나 권력자들이 아니라 백성들이 다들 죽어나가고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지요.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예멘, 레바논, 에티오피아,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가 수년째 내전 상태이고, 이제 수십 년 전으로 역사를 돌리고 있는 대한민국도 이들 명단에 올라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짧지만 설 연휴에 한국에 있었습니다. 치과 치료도 겸해서 갔다가 오랜만에 파리바게뜨에 들렀습니다. 코로나 전과 가격이 엄청 다르더군요. 롤케이크 두 개 포장은 아예 없고, 하나가 14,000~15,000원이었습니다. 그 돈이면 예전에 두 개를 샀었는데. 그래서 박스가 좀 커 보이는 화과자를 샀습니다.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에서 사과 가격을 보고 기겁했습니다. 제가 다른 '대만 이야기'에서 언급하였지요. ‘매일 아침 사과 한 개는 평생 병원에 갈 일 없다’고 말했듯이, 저는 공복에 사과 한 개 껍질째 우유를 넣고 갈아 마십니다. 그래서 사과 값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크고 보기 좋은 사과는 한 개에 일만 원이 넘고, 보다 작은 거 봉투에 두 개 넣고 일만 이천 원. 어안이 벙벙해서 이마트에 갔더니 내가 평소 먹던 크기의 사과가 봉투에 5개 들어있고 가격은 15,600원.

대만에 오자마자 시장에 가서 사과를 샀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대만 돈 1원에 37~8원 하였는데 지금은 42~3원 합니다. 그럼에도 100元(4,300원)에 5개로 서너 배 차이입니다. 대만은 더운 나라라서 대부분의 사과를 수입합니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공교롭게도 윤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 대만에 역전 당했지요. 국민 소득은 우리보다 높은데 물가는 훨씬 싼 대만.

이번에 한국에 같은 비행기로 간 대만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가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놀랍니다.

2,700년 전에 관중은 제나라 환공에게 말했습니다.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衣食足而知禮節)’ 사람이 먹고 입을 수 없는데 어떻게 예절을 알고 의를 찾을 수 있으며, 나라가 부강해지길 바랄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백성들 입에서 제왕이 사라지고 정치는 뒤로 밀려나며, 모두가 배 두드리고 격앙가를 부르는 용의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국민소득은 한국을 앞질렀고 물가는 훨씬 싼 대만. 이곳의 삶이 태평성대가 아닐까?
국민소득은 한국을 앞질렀고 물가는 훨씬 싼 대만. 이곳의 삶이 태평성대가 아닐까?

한국에 비해 지금의 대만은 천국인 듯 합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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