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겨레>가 19대 대선 잠재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 누리꾼들의 비난이 거세다. 최근 포털 뉴스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인 <한겨레> 기사가 이렇게 집중포화를 맞은 건 드문 일이다.

관련기사 : 문재인 4%p 하락· 안희정 5%p 상승…민주 경선 불 붙는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787142.html

<인터넷한겨레>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 <다음>과 <네이버> 댓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위 좌파들이 모인다는 <뷰스앤뉴스>는 더하다.

Daum 기사 : http://v.media.daum.net/v/20170320050605833

Naver 기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8&aid=0002357574

뷰스앤뉴스 :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43035

댓글을 보면 알겠지만 여론조사 내용 때문이 아니다. 조사방법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겨레>는 (주)리서치플러스에 이번 조사를 의뢰했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임의전화걸기(유선 60%, 무선 40%) 방식의 전화면접을 실시했다. 특이한 점은 유선전화 응답자 비율이 무선보다 20% 많다. 누리꾼들은 "요즘 집 전화를 거의 안 쓰고 휴대전화 보급이 인구 수를 넘었고 이를 반영해 많은 여론조사기관이 무선:유선 응답자 비율을 9대1 또는 8대2로 쓰는데 한겨레는 거꾸로 유선전화 응답자 비율이 더 높다"며 "<한겨레>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유선전화 응답자 비율을 높인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다른 여론조사 방법은 어떨까?

19대 대통령 선거 관련 여론조사 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여론조사결과등록현황’(http://www.nesdc.go.kr/portal/bbs/B0000005/list.do?menuNo=200467)을 보았다.

3월 15일 이후 3월 30일 오후 5시까지 등록된 ‘제 19대 대통령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검색해서 동일한 여론조사와 심의결과 선거여론조사기준에 위반된 여론조사를 제외하고 유·무선 비율과 응답률을 <표 1~3>으로 만들어 보았다.

▲ <표 1> 3월 15일에서 3월 20일 19대 대통령선거 여론조사
▲ <표 2> 3월 21일에서 3월 23일 19대 대통령선거 여론조사
▲ <표 3> 3월 24일에서 3월 29일 19대 대통령선거 여론조사

<표1~3>에서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무선이 90% 이상인 여론조사인 경우 응답률이 2.9~9.8%로 10%를 넘지 않는다. <리얼미터>는 늘 무선 90%를 고집하는데 응답률이 최저 7.8%에서 최고 9.8%다. 유선이 10% 넘어가는 경우 비교적 응답률이 양호하다. 조사기관(조사 의뢰자)가 조원씨앤아이(쿠키뉴스) 2건, 윈스리서치(프리덤뉴스) 1건, 폴스미스(매일신문)1건의 4건만 응답률이 10%를 넘지 못한다. 유선이 10% 넘는 대부분의 조사들은 최소 13%에서 27%까지 응답률을 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 유선비율이 있어야 응답률이 나오는 건지 아니면 유선을 더 넣는 여론조사기관이 효율적인 조사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생각할 때 응답률을 강조하는 언론사에서 조사를 의뢰한다면, 조사기관은 유선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사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 기사에서 가끔 '응답률 10%도 안되는데 여론조사라고 내미냐?' 라는 댓글을 볼 때가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가 맞는 걸까?

지난 3월 30일 <데일리 한국> 기사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여론조사 무용론의 주요 근거로 '낮은 응답률' 문제가 있었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대부분이 10%대 응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 자릿수 응답률마저 나오는 가운데 10%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반해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응답률과 조사 정확성은 상관이 없다”며 “적합한 조사 대상을 찾기 위해 수도 없이 전화를 하다보면 오히려 응답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기획] ‘장미대선’ 앞두고 쏟아지는 여론조사, 과연 믿을만한가? (http://daily.hankooki.com/lpage/politics/201703/dh20170330010019137610.htm)

응답률 10% 이상인 여론조사는 어떤 조사일까?

<한겨레>가 여론조사 무용론을 알고 응답률을 고민해서 유선이 높은 여론조사를 수용했을 수도 있기에 응답률 10% 이상인 14건 조사를 모아보았다. 아래 <표-4>에서 보면 가장 높은 응답률은 27.4%로 5번 중앙일보 조사다. 유선 34.2%, 무선 65.8%로 무선이 31% 많다. 14건 여론조사의 유선평균은 32.4%, 무선 평균은 67.6% 응답률 평균은 18.2%였다.

▲ <표 4> 응답률 10% 넘은 19대 대통령선거 여론조사(3월 15일~3월 30일 등록)
▲ 그래프 : 응답률 10% 넘은 19대 대통령 여론조사(3월 15일~3월 30일 등록)

위 그래프에서 보면 유선이 무선을 넘는 경우는 3건이다.

10번과 11번은 <표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3월 23일 등록된 조사다. <문화일보>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하여 ‘울산·경남·부산·경북·대구 정례조사 정당지지도’와 ‘전북·전남·광주 정례조사 정당지지도, 대선후보지지도’를 조사했다. 전국이 아닌 특정 지역에 대한 조사일 경우 유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누구도 이 방법에 토를 달지 않는다.

유선이 무선을 넘는 3건 중 남은 한 건은 4번, <한겨레>가 의뢰한 전국민 조사다. 전국민 대상 조사에서 <한겨레> 조사만이 유일하게 유선이 무선보다 높다. 또 하필이면 이 조사에서 지지도가 '문재인 4%p 하락·안희정 5%p 상승'을 보여 "의도적으로 안희정을 띄운다."는 오해를 살만 하다. <한겨레>는 왜 이런 조사방법을 택했을까?

2014년 이래 <한겨레>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한 여론조사결과는 24건이고 그 중 (주)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한 조사는 7건이다. 19대 대통령관련 여론조사는 7건을 했다. 그 중 4건은 (주)리서치플러스에 의뢰했는데 3건은 유무선의 비율이 거의 5:5였다. 그런데 3월 19일 조사에서만 유선비중이 무선보다 20% 높았다. 여론조사결과에 아주 민감한 시기에 5:5였던 유무선 비율이 갑자기 왜 6:4가 되었는지 설명도 없다. <한겨레>는 그래서 비난을 받은 거다.

<한겨레>가 받는 비난이 안타까워 <한겨레>가 '왜 그랬을까?' 궁금하게 생각은 해도 <한겨레>가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것은 확신한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초근목피로 살아가더라도..."라고 한 전 정영무 대표이사의 말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원리원칙을 소중히 생각하는 <한겨레>에게 2% 부족한 점이 보인다.

<한겨레> 주총에서 주주인터뷰를 하다보면 주주들이 <한겨레>에 공통으로 요구하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초심을 잃지 말고 사실에 입각한 진실 보도를 해달라는 것과 둘째, 앞장서서 한국 사회를 보다 진보하는 길로 이끌어 달라는 거다. 이런 주주의 마음을 헤아리는 <한겨레>라면 사실에 입각한 진실보도라고 해도, 아무리 원리원칙에 어긋남이 없다 해도 기존 관행에 '왜'라는 의문을 갖고 점검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추가사항 : 본 자료는 2017일 3월 30일 오후 5시 시점 자료다. 혹 자료에서 실수로 잘못 기입한 것이 있을 수 있다. 오류를 알려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겠다.

[편집자 주] 이에 대해 이동구 에디터가 임상렬 (주)리서치플러스 대표에게 문의한 결과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유무선 응답자 비율 차이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달라진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요즘 당사의 경우 유무선 응답자 비율을 5:5로 잡는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호남지역 유권자에 대한 심층 성향 분석을 위해 1012명 표본 중 해당지역 유선할당 100명, 별도로 추가유선 200명을 더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유선응답자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는다. 유무선 조사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무선 간의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기 위해선 조사환경이나 조건이 모두 통제되어야 하는데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우리나라의 통신 환경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업계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우리의 경험치로는 대선 여론조사의 경우 선거가 다가올수록 유선비율을 높여 조사하는 것이 실제 투표 결과에 더 가깝다." 

3월 19일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호남지역 유권자의 성향분석을 위해 호남거주 유선 할당 비율이 높아졌다는 친절한 설명이 조금이라도 들어갔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유선비율이 그의 말대로 조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집이나 사무실, 사업장에서 주로 쓰는 유선전화보다 전국민이 누구나 갖고 있는 휴대전화로 조사할 때 더 신뢰할만한 결과를 주지 않을까. 굳이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방법으로 조사해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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