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진짜 새해맞이

갓 5돌이 지난 7살 성휘

갓 5돌이 지난 7살 성휘

성휘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올 때면 닦은 수건을 수건걸이에 다시 걸어놓지 못하고 그대로 가지고 나와 방 아무데나 던져 놓는다. 아직 어른 높이에 맞는 수건걸이를 사용할 만큼 키가 자라지 않았기에 그럴 만도 하다. 그래서 그런 성휘를 위해 일부러 작은 수건을 성휘 키에 잘 닿는 곳에 걸어 두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어김없이 큰 수건에 손을 닦고 가지고 나와 아무데나 던져 놓기 일쑤였다.

“성휘야. 수건을 아무데나 놓지 말아라. 작은 수건을 걸어놨으니 그걸 써봐.”

아무리 말을 해도 그것은 매번 허공에 가 닿는지 성휘는 늘 새롭다. 오늘도 참다못해 또 잔소리를 죽 늘어놓았다.

“성휘야. 엄마가 수건을 아무데나 놓지 말라는 말을 천 번은 넘게 한 것 같아. 이제 성휘가 7살이 됐으니 6살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니? 키가 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진짜 멋진 사람이 되는 거야.”

그 말은 성휘에게 부딪혀 또 내게 되돌아왔다. 훈육의 메아리가 울려온 것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은 더 나아졌을까? 새 달력이 벽에 걸렸지만 달라진 건 그뿐. 뒤늦게야 아무런 준비 없이 한 살을 거저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새해를 맞았지만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그것을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한다면, 나는 여전히 새해가 아닌 묵은 해를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몸에서 냄새가 나지만 깨끗이 씻지 않고 그럴싸한 새 옷을 입은 것은 아닌가? 그런 허울뿐인 새해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달력의 네 번째 숫자가 바뀌고 또 몇 주가 흐른 지금에서야 옷 안의 맨살을 들추어 본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이유가 많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나 현재에 안주하며 살아가는가. 같은 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그것이 주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데도, 그때의 상황만 탓할 뿐 나로부터 근본적인 문제를 찾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살다가, 또다시 그 상황을 반복하는 미련한 삶을 산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돌아보고 스스로 고칠 줄 아는 능력을 갖는 것과 같다. 내가 성휘에게 잔소리를 하듯 누군가가 내 잘못을 지적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착한 어린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멋진 어른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끊임없이 성찰하고 겸손하게 잘못을 인정하며 부지런히 바른길로 앞서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누이의 닮은 뒷모습
오누이의 닮은 뒷모습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니 그냥 살아지지가 않는다. 감사한 일이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워즈워스의 시구가 떠오른다. 어쩌면 나는 아이 덕분에 진짜 새해를  맞게 된 셈이다.  이제 더 이루어야 할 것을 계획하기에 앞서, 버려야 할 것을 버리고 바꾸어야 할 것을 찾는 새해맞이를 시작하려 한다.

그렇다. 아직 늦지 않았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정은진 주주통신원  juj05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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