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늦둥이 셋째딸 세은에게

백일을 맞은 딸부잣집 셋째딸 양세은 아기. 전은주씨 제공
백일을 맞은 딸부잣집 셋째딸 양세은 아기. 전은주씨 제공

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날, 엄마와 아빠는 기쁨보다는 당황스러움과 걱정이 먼저였어. 엄마 나이도 있고, 둘째를 낳은 이후 9년 만이라 네가 생겼다는 건 큰 사건이었지. 고민 또 고민을 한 뒤 너를 낳기로 마음을 먹고 주변에 너의 존재를 알렸어. 그날이 마침 엄마의 39번째 생일이여서 엄청난 선물이 되었단다.

임신 소식을 알리니, 너의 삼촌이 꿈 이야기를 해주더구나. 아주 크고 예쁜 복숭아를 삼촌이 안아서 엄마한테 줬다고, 태몽인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의 태명을 ‘천도’(天桃)라고 지었어.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너의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더구나.

콩알만 했던 네가 점점 커가면서 엄마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지.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속도 안 좋고 피곤하고, 그래도 너를 위해 엄마는 좋은 노래도 듣고 영양가 많은 음식을 챙겨 먹었어. 때로는 입덧이 심해 못 먹을 때도 있었지만 너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했어. 처음 태동을 느끼던 날 너무 신기해서 엄마는 또 눈물을 흘렸단다.

참, 네가 공주지 왕자인지 너의 언니들은 무척 궁금해 했어. 큰언니는 공주였으면 했고, 둘째언니는 왕자님이기를 바랐지. 마침내 네가 여동생이라는 걸 알았을 때 공주님이 세명이 된다며 기뻐했단다. 사실 엄마도 세 자매 중 첫째였거든. 그래서 더 반가웠던 거 같아. 너희 셋도 커서 친구처럼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야.

드디어 2020년 11월 5일 오전 8시40분. 너를 맞이했어. 마취에서 깨어 너를 봤을 때 까만 머리숱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 작은 얼굴에 동그란 눈, 오똑한 코, 작은 입술 하나하나가 귀여웠어. 신기하고 반가움에 엄마는 또 울고 말았어. ‘응애응애’ 너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실감이 나더라고.

아빠도 엄마도 너무 오랜만의 아기라서 어떻게 안아야 할지, 어떻게 먹여야 할지, 너무 조심스러워서 간호사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봤어. 셋째인데도 엄마는 처음 아이를 키우는 것 같았어. 산후조리원에서 너에게 수유를 하면서, 다시 아기 천사를 품에 안은 느낌이 새삼 신기하더구나.넌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요즘 네가 먹을 때, 잘 때, 울 때도 너만 바라보며 웃음 짓곤 해. 행복이 이런 거구나 싶단다.

너무 귀엽고 예쁜 세은아~ 우리에게 와 주어서 너무 고맙다. 처음 너의 존재를 알았을 때 망설이고 걱정했던 마음이 새삼 미안하다.아빠와 언니들이 있는 집으로 가기 하루 전 날, 엄마는 조리원에서 이 편지를 쓰면서 다짐했어. “우리 집의 늦둥이이자 셋째 공주님 잘 지내보자~사랑해!” 엄마/전은주‘

 막둥이 동생 세은을 받기는 첫째 채은(12·가운데)·둘째 예은(10·맨오른쪽)
 막둥이 동생 세은을 받기는 첫째 채은(12·가운데)·둘째 예은(10·맨오른쪽)

 

원고를 기다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원고를 기다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 이 글은  지난 11일 한겨레 신문 18면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982695.html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경애 편집위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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