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첫 손녀 조윤성에게 주는 할아버지의 글

2019년 10월11일 태어난 ‘소우주’, “너를 보려고 이제껏 살아왔구나”

할머니처럼 돼지띠·같은 혈액형, 존재 자체만으로 기쁨 주니 ‘효녀'

2020년 8월 할머니·할아버지의 생일을 온몸으로 축하하고 있는 손녀 조윤성
2020년 8월 할머니·할아버지의 생일을 온몸으로 축하하고 있는 손녀 조윤성


‘자식보다 손자가 더 예쁘다’는 세간의 말을 들으면서 그렇기도 하겠지 생각하다가 나도 60대 중반에 첫 손녀를 안아보니 자라는 모습을 볼수록 예뻐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을 감출 수 없다. 어떤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애틋하고 살갑고 고마운 생각까지 든다. 이런 이야기가 손녀 자랑 같아 팔불출이 아닌가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자랑은 아니고, 손자를 보니 느껴지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 볼 뿐이다. 선배들의 ‘손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씀에 진심 공감하게 된다.

나는 한 때 비관적이고 불만이 많은 성격이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 누그러졌으나 아직도 삶의 근원, 목표를 찾지 못해 삶에 회의하곤 했다. 그런데 첫 손녀를 보면서 ‘아, 내가 손녀를 보기 위해 그렇게 애를 쓰며 평생을 살았구나. 인간이 ‘소우주’라는데 또 하나의 소우주가 피어나는 것을 보기 위해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구나’ 하는 자각이 들면서 세상을 비관하고 불평했던 과거의 내가 작아지고 부끄러워졌다.

티끌 없이 천진난만하게 자라는 손녀 앞에서, 이제 나는 세상을 긍정하고 찬양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손녀와 그의 또래 친구들이 살아 갈 또 다른 백년을 축복하며 아름답게 가꾸어가야 할 책임이 있을 뿐, 한가하게 이러쿵저러쿵 세상을 품평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손녀를 보면서 더욱 커진다. 사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궁극적으로 후손의 무궁한 번성과 번영을 위해 일하고 생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자를 낳아주는 자식이 효자’라는 옛말도 있고 손자를 보면서 인간과 삶의 또 다른 경지를 깨닫게 되는 인생의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조부모에게 삶의 새로운 차원을 선물하고 저절로 벙글어지는 웃음을 선물하는 손녀는 그 자체로 효녀다.

2019년 10월11일 첫 손녀 윤성이는 할머니와 60년 돼지띠 동갑에 같은 혈액형을 가지고 태어나 할머니 눈시울을 기쁨으로 촉촉이 적시게 했다. 바라만 보아도 예쁘고 꼬물거리며 커가는 모습에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우리 조부모는 저절로 손녀 바보가 되었다. 그래서 ‘조부모가 키우는 손자는 버릇이 없어진다’는 옛말도 있는 것 같다. 사랑은 속으로 하고 겉으로는 근엄하게 손녀를 키워야 하겠다는 자각도 든다.

2020년 10월11일 첫돌 잔치 때 마이크를 잡은 손녀 조윤성
2020년 10월11일 첫돌 잔치 때 마이크를 잡은 손녀 조윤성

손녀를 키우는 둘째 아들 내외를 보니, 아이 키우는 것이 참으로 커다란 희생이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식이라 본능적 사랑으로 키우겠지만, 나는 직장생활의 숱한 야근으로 아들 셋을 어찌 키웠는지 정작 기억조차 없다. 전업주부 아내가 홀로 아들 셋을 잘 키워 낸 사실을 생각하면서 새삼 아내가 위대해 보이고,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고백이 절로 나왔다.

내 자식들은,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과 바쁜 삶 속에서 그저 ‘예쁘구나’ 정도 느낌이었다면 손녀는 삶의 여유를 가지고 한 발 물러서서 보니 오롯이 그 귀염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예뻐 보이는 것은 아닌가 실없는 분석도 해본다.

아들 내외는 ‘당신들이 낳은 자식도 아닌데 저렇게 예뻐할까’ 하고 의아해 할 것도 같다. 그러나 일견 아이러니한 자연의 깊은 조화는 아닐까 헤아려 보기도 한다. 우리가 어찌 넓고 깊은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다 짚을 수 있으랴.  시 ‘손녀 사랑’으로 작은 소감을 표현해 볼 뿐이다.

 

손녀 사랑 >

내가 누구를 이처럼
다정하게 불러 본 적이 없다
내가 누구를 이렇게
사랑스레 바라 본 적이 없다
이처럼 이렇게 세상 근심 다 잊고
기쁨에 겨워 함박웃음
저절로 벙글어 본 적이 없다
진심 진정 이토록 눈물겹도록
가슴깊이 애틋해 본 적이 없다

집 안 가득 웃음꽃 피우는
갓 돌 첫 손녀의
어여쁜 귀염을 보기 전에는

건강하고 총명하고 예쁘거라
너그럽고 착하거라
평화롭고 아름다워라
겸손하게 두 손 모은다

 

· 원고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 이글은 2021년 3월 12일 <한겨레> 18면에 실린 글입니다.
* 디지털 기사보기 :http://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986463.htm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조형식 주주통신원  july2u@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조형식의 소소한 일상 기사더보기

    관련기사 전체보기

    키워드

    #축하합니다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