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중학교 졸업하는 아들 인호에게

엄마 최연희(왼쪽)씨와 올봄 고교 진학하는 아들 강인호(오른쪽)군. 사진은 2년 전 모습으로 지금보다 훨씬 키가 자랐다. 최연희씨 제공
엄마 최연희(왼쪽)씨와 올봄 고교 진학하는 아들 강인호(오른쪽)군. 사진은 2년 전 모습으로 지금보다 훨씬 키가 자랐다. 최연희씨 제공

코로나로 유난히 집에 갇힌 듯 지내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잘 견뎌 준 아들 고마워. 어느날 돌연 너와 둘이 남게 됐을 때 솔직히 두려웠어. 하지만 네가 있어서 엄마는 용감해질 수 있었어. 늘 다른 사람 눈치 보고 내 의견도 잘 내지 못하는 엄마 탓에 너도 덩달아 두려움이 많은 아이로 자란 것 같아 마음 아팠어. “왜 난 아빠가 없냐?”라며 울던 너를 붙잡고 같이 우는 엄마였으니까.

그런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너와 눈높이를 같이하는 것. 그때나 지금이나 엄마가 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건 스스로 네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네가 손을 내밀 때 잡아주는 엄마로 남아주는 거야. 엄마는 아들을 믿고, 아들은 엄마를 믿고. 그게 우리 가정의 큰 자랑거리지.

우리는 부족하지만 그 안에서 슬기롭게 지내는 방법을 배워갔어.사랑하는 아들! 꼭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매 순간 성실하게 지내다 보면 네가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 있을 거야.

누구에게나 미래는 불확실해.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은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싹을 틔우는 시간이라 생각하자.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거든. 정열을 다해 준비한 내일이, 내 것이 아니다 싶으면 멈추면 되지.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 돼.

무수히 남은 길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도 엄마는 늘 옆에서 너를 지켜보며 네 말에 귀기울여 주는 사람이 될게. 빠르게 가는 고속도로가 아니라도 괜찮아. 울퉁불퉁 꼬불꼬불 길을 가더라도 별을 바라보고, 허리 숙여 낮은 들꽃을 바라보다 보면 풍요롭고 행복한 나를 찾는 특별한 오솔길을 마주하게 될 거야.

요즘 너는 3년 뒤 성인이 됐을 때 이야기를 자주 하잖아. 술도 취하도록 마셔보고 싶고, 자취방도 예쁘게 꾸미고 싶다고. 그러다가는 ‘군대?’ 하며 온갖 시름을 다 안은 표정이 되곤 하지. “엄마, 나 군대 가면 매일 우는 거 아니지?” 묻는 네게 “걱정 말아라 아들아, 어미는 때는 이때다! 하면서 신나게 놀 테니” 하면서 서로 낄낄 웃곤 하지.

누군가로부터 육체적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늪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상태가 되고 말아. 혹독하더라도 두렵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간이야. 비로소 혼자가 되는 시간을 거쳐야 다른 사람을 채울 수 있는 빈 공간이 생기는 거야.아들이 있어서 엄마는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살았어. 고마워. 덕분에 이기적인 사람에서 품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

부모라고 항상 답을 알지는 못해. 하지만 혼자서 해낸 부모라는 이름이 헛되지 않도록 폴라리스처럼 이정표 같은 엄마가 될게.졸업은 또 다른 시작을 말하지. 그 출발선에 선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졸업식을 유튜브로 생중계한다는데, 엄마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이만~큼 사랑해. 아들! 중학교 졸업 축하한다.  천안/엄마 최연희

‘원고를 기다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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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11일 한겨레 신문 18면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982693.html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경애 편집위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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