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는 즉각 행동하라’
S초 새내기 교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 옆 보조공간에서 생을 마감했다. 겨우 스물네 살 2년 차 꿈 많은 교사였다. 비극이 발생하기 2주 전, 자신이 쓴 일기장엔 “숨이 다 막히고...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고 썼다.
2017년 김은지 선생님은 경기도 의정부시 H 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담임을 맡고서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생애 처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밤낮없이 학부모 민원 전화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이 컸다. 2018년과 2019년 담임을 맡았을 때는 “아이들과 교실이 무섭다”고 토로했다. 2019년 말 병 휴직 중에 쓴 일기엔 “죽는 건 두렵다. 무조건 살 것”이라며 “살고 싶다. 살고 싶다”고 삶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담임을 맡지 않고 영어 전담 교사였던 2020년도엔 “잘 마칠 것 같다. 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2021년 다시 담임을 맡으면서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그해 6월, 5년 차 김은지 선생님은 세상 밖으로 몸을 던졌다. 학교는 단순 추락사로 경기도 교육청에 보고했다. MBC 기자가 취재할 때까지 경기도 교육청은 그 사실을 몰랐다. 학교가 진실을 덮었고 원통한 죽음에 교육청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5차 교사 추모 집회는 입법기관을 압박하며 국회를 정조준했다.
전국에서 5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새까맣게 모였다.
33도가 넘는 폭염과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히 교육 현실을 뒤집을 혁명적인 상황이다. 국회대로 변 양쪽 차도를 가득 메웠다.
차도가 넘쳐 인도 한쪽에 자리를 내어 끝도 없이 길게 줄지어 앉았다. 모두 검은 옷을 입고 한결같이 먼저 간 교사들을 추모하는 엄숙한 분위기다.
간간이 사회자 구호에 맞춰 ‘억울한 죽음, 진상 규명’을 외쳤다. 슬픔과 분노가 겹친 5만 교사들의 목소리가 국회를 정면으로 향했다.
집회 앞부분에 전국 유초중고 원장(교장) 803명이 ‘학교장 성명서’를 낭독하며 교사들과 연대했다. 집회 참여한 교사들에게 “지치지 말자”며 서명에 동참한 “자신들도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개학과 동시에 학교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 학부모 악성 민원 대응팀을 논의하겠다”고 발언했다. “교육부나 교육청 지침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시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집회 중간 부분 시각장애를 지닌 특수학교 교사가 연단에 올라 “살고 싶다”며 절규했다. “자신은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합의금 2,500만 원을 건넸다”며 ‘공교육 정상화’를 외쳤다. 가출한 학생에 대해 “아이와 상담을 해달라”는 학부모 요청에 따라 해당 학생과 상담을 진행했는데 졸지에 ‘아동학대범’으로 내몰린 것이다.
더욱이 학생 가방에는 학부모가 넣은 녹음기가 들어 있었다며 탄식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아동학대범’으로 내몰고 직위 해제하는 “우리 교육 현실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할 때 “비로소 우리 교육이 되살아날 수 있다”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사회자는 중간중간 아동학대 관련법을 즉각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5만 교사들도 이에 호응해 손팻말을 높이 치켜든 채 구호를 외쳤다. 이날 5차 추모 집회에선 추모 헌정곡 ‘꺾인 꽃의 행진’이 처음 소개됐다. 앞서 죽어간 교사들의 원혼을 위로하며 교육 현실에 분노하는 추모곡이다. 사회자는 “우리의 노래가 국회 지붕을 날려버릴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다 함께 부르자”고 제안했다.
추모 헌정곡은 강원도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겠다>는 마지막 구절은 듣는 내내 먹먹하면서도 가슴을 뛰게 하는 영혼의 노래다.
<꺾인 꽃의 행진, 2023>
들리는가 분노한 우리의 함성 소리가
무너져간 교실에서 홀로 싸워온
보이는가 새카만 이곳의 성난 파도가
제 자리를 찾아가길 원하는 것이
무엇을 위해 견뎌왔는가
이젠 일어나 바로 잡으세
들리는가 분노한 우리의 함성 소리가
무너져간 교실에서 홀로 싸워온
우리 꿈꿔왔던 교육을 되찾기 위하여
이제는 더 이상 헛된 죽음 막으리
죽음 막으리!, 죽음을 막으리!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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