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 벼랑 끝에 내몰린 교사들, 징계로 겁박하는 교육부
오는 서이초 교사 49재를 앞두고 교육계가 정면충돌할 조짐이다. 교육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해임, 파면 등 중징계와 형사고발까지 운위했다. 명분은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좌시할 수 없다는 이유이고 실제는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했다. 그동안 7월부터 8월까지 주말마다 수만 명이 운집한 교사 추모 집회가 열렸다. 50도가 넘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교사들은 슬퍼했고 분노했으며 절규했다. 서이초 교사의 비극을 보면서 교사들은 자신의 비극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그 추모 자리에 교사 출신 강민정 의원이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이 참석했다. 조 교육감과 최 교육감은 무대 위에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고백했다. 무너진 교실에서 홀로 싸우며 이름도 없이 스러져갔던 교사들을 생각하면 교육감으로서 정말 ‘부끄럽고 송구한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교육부 수장인 교육부 장관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다른 교육감들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추모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한 번쯤은 왔어야 했다.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 토요일에 열린 추모 집회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황급히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이하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서이초 교사의 비극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고 개학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러나 교육부 종합방안에 교사들은 냉담했다. 그것은 종합방안을 발표한 지 3일 뒤 열린 6차 추모 집회가 말해주었다.
8월 26일 열린 6차 추모 집회는 가장 많은 6만 명이 참석했다. 국회대로 변에서 절규하듯이 외친 구호도 딱 두 개였다. ‘현장 요구 즉각 반영’과 ‘교사 죽음 진상 규명’ 이다.
서이초 교사의 비극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경찰은 학부모 민원 관련하여 ‘혐의없음’이라고 발표한 것 외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무엇이 서이초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인가! 아무것도 드러난 게 없다.
교사들이 ‘현장 요구 즉각 반영’ 손팻말을 들고 절규한 이유는 교육부 종합방안이 형식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학교장 → 교육지원청 →교육청 → 교육부로 위계질서가 공고한 권위주의 교육 행정이 압도하는 현실에서 유명무실한 조치라고 판단한 결과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과 교육부 장관은 다음 추모 집회에 참석해 교사들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게 권한 있는 자와 권한을 행사하는 자의 책임지는 모습이다. 젊은 교사들이 죽어갔는데 그런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그 높은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단언컨대 교사들의 비극은 사회적 죽음이다.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이 현장 교사들이 겪는 일상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서이초 교사의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교사들이 절규하는 처절한 상황에서 ‘법과 원칙’만을 내세워 징계로 겁박하는 교육부 수장은 필요치 않다. 일제강점기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서 나올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사들의 보호막’조차도 되어주지 못하는 선출직 교육감 존재의 존재다. 왜 교육감이 되었는지, 왜 교육감이 되려고 애썼는지 의아할 뿐이다.
교육기본법 제5조 3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64조 1항에 “관할청은 재해 등 긴급한 사유로 정상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학교의 장에게 휴업을 명할 수 있다”고 명문화돼 있다. 그리고 제5조 2항에 “1항에 따른 명령을 받은 학교의 장은 지체없이 휴업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관할청인 교육감은 학교 휴업, 휴교, 폐쇄 권한이 있음을 명문화한 것이다.
오늘날 공교육이 무너진 ‘긴급한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 타이어가 터졌는데 승객의 이동권을 들먹이며 버스를 달리게 할 수 없다. 버스 기사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당장 멈춰야 한다. 회사 사장도 당장 멈추라고 명해야 한다. 우리 공교육 현실이 그런 상태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돼 당선된 분은 9분이다. 그러나 최교진 교육감과 조희연 교육감만 가장 먼저 교사를 보호하겠다고 자처했다. 전북 교육감과 전남교육감은 오락가락하면서 교육부 공문이 학교 현장에 내려가자 재량휴업일 철회 소동을 일으켰다. 뒤늦게 경남 교육감과 울산 교육감이 교사 보호막을 선언하는 정도다.
오는 9월 4일은 서이초 교사만의 49재가 아니다. 서이초 비극을 계기로 이름도 남김없이 원통하게 죽어간 숱한 교사들의 원혼을 위로하고 하늘길로 떠나보내는 천도재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무너진 공교육을 직시하고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학교’로 거듭나려고 다짐하며 새롭게 출발하는 <교육공동체 회복의 날>이다. 그래야 서이초 비극의 집단 트라우마를 씻어내고 공교육을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스승의 날도 재량휴업일로 지정했던 지난 관행을 생각하면 교육부가 중징계와 형사고발로 학교장과 교사를 겁박하며 대응할 일이 아니다. 교육부 장관이나 보수(?)교육감이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걱정할 일 또한 아니다. 방학을 하루 늦추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9월 4일 49재는 단순히 추모의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전국의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자신의 죽음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를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들은 곰곰이 곱씹어 보아야 한다. 특히 선출직인 진보교육감(?)들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처럼 아스팔트 위 검은 옷 입은 교사들의 슬픔과 분노에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보호막’을 자처하고 권위주의 교육 행정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것이 이 시기 그 위치에 있는 자의 자세이자 권한 있는 자의 처신이다.
* <레디앙>에도 실었음을 밝힙니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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