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만 교사를 향한 교육부 장관의 <공교육 회복 선언>을 촉구한다

7월 18일 서이초 교사 비극이 발생한 지 50여 일이 지났다. 그 50여 일 동안에도 교사들 죽음이 똑같은 사유로 계속됐다. 어제도 대전과 청주에서 40대 교사와 30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땐 가슴이 철렁했다.

9월 2일 서울시 양천구 S초교 교문 양 옆으로 30대 교사의 비극을 애도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는 장면(출처 : 하성환)
9월 2일 서울시 양천구 S초교 교문 양 옆으로 30대 교사의 비극을 애도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는 장면(출처 : 하성환)

이젠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내일이면 또 다른 교사가 생을 달리한 소식을 접하는 건 아닌지 자못 두렵다. 학교를 떠난 글쓴이도 이럴진대 현장에 있는 교사들 마음은 어떠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양천구 S초교 교사는 두 아이 엄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가족의 죽음은 가정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서이초 교사 49재인 9월 4일 추모집회에서 유가족이 헌화하고 무대 위에 올라와 인사를 했다(출처 : 하성환)
서이초 교사 49재인 9월 4일 추모집회에서 유가족이 헌화하고 무대 위에 올라와 인사를 했다(출처 : 하성환)

지난 서이초 교사 49재인 9월 4일 추모 집회에서 유가족이 무대 위에 올라와 말없이 인사를 했다.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고인의 어머니도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딸을 잃은 마음이 어떠할지 헤아리기 어렵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비극이 계속될지 한편으론 불안하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동안 교사 권익을 제1의 과제로 싸웠어야 할 노동조합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화가 나기도 한다. 교육부야 본래 식민지 국가주의 교육 행정에 찌든 ‘교육통제부’로 출발했기에 기대하진 않았다. 교직 생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교사로서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여러 차례 겁박당하고 형사처벌의 칼날 앞에 졸았다. 그 결과 교사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감마저 상처 입은 어두운 기억밖에 없다.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징계 전 단계인 문답서 받으러 찾아온 것 말곤 교육청으로부터 도움 0.1도 받은 적이 없다. 하기 싫은 의무연수를 강제로 이수했던 것말고는 없다.

그러면 학교는 어떠했던가? 학교조차 제왕처럼 학교 권력을 쥐고 교사를 마구 졸로 대하는 교장들을 적잖이 목격했다. 학교장은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수우미양 근무평정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 교감 포함하여 특정 교사를 승진시킬 수도 있고 승진을 좌절시킬 수도 있는 위치다. 승진을 욕망하는 교사에겐 절대 권력이다. 비정규직 교사를 무 자르듯 하루아침에 잘라버리는 광기도 목격했다.

교육 관료들은 그렇다 치고 전교조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밑에서 볼 땐 학교 현장과 너무도 동떨어진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았다. 낭만적인 교육 운동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정치투쟁을 섞은 관성에 따른 노동운동이었을까? 그도 아니라면 교육 노동운동의 이름으로 시민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오래전부터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언론에도 잡지에도 전교조 운동노선을 비판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올해 조합원 수가 전교조를 크게 앞질렀다는 교사노조연맹 또한 출범 7년째인 오늘날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동안 조직 확대에 기뻐할 줄만 알고 한국노총에 미끄러지듯이 들어간 것도 모자라 ‘1등 신문’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맞장구치던 그 신문 기사가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탈정치 실사구시’를 내걸었던 위원장 인터뷰에 못내 화가 치민 기억이 또렷하다.

그러나 가장 무엇보다 교육부, 아니 ‘교육통제부’가 문제이리라! 그리고 교육부 관료들이 문제이리라! 영혼 없는 관료들이 모여 교육 행정이랍시고 알량한 공문을 내려보내고 보고하게 하는 그런 일을 반복하면서 그들은 빠짐없이 국가의 녹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때때로 현장에 내려와 교사들 앞에서 높은 권위를 내세우며 목에 힘을 주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 “민중을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며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신념에 찬 교육부 고위 관료가 그냥 튀어나온 게 아니다.

실제로 그들 교육 관료들은 겁을 주는 일만 했을 뿐, 교사의 교육활동에 전혀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글쓴이 머릿속엔 30-4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육부는 ‘교육통제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교육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해체해야 할 공적 기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9월 5일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에서 주도해 전교조-녹색병원이 실시한 <직무 관련 교사 마음 건강 실태조사> 발표 장면(출처 : 전교조 교육희망 오지연 기자)
9월 5일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에서 주도해 전교조-녹색병원이 실시한 <직무 관련 교사 마음 건강 실태조사> 발표 장면(출처 : 전교조 교육희망 오지연 기자)

며칠 전 전교조와 녹색병원이 공동으로 설문한 「직무 관련 교사 마음(정신) 건강 실태조사」에서 교사들 2/3가 병든 상태다. 그중에 경도 우울증이 아니라 심한 우울 상태에 놓인 교사가 10명 중 4명꼴이다. 일반 성인보다 4배 가까이 높은 비율이다. 실제로 교사 6명 중 1명 꼴인 16%는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따라서 지금 즉시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로서 전국 50만 교사들을 향해 국가 사회 차원에서 <공교육 회복 선언>을 해야 한다. 교사의 죽음을 막기 위해 바로 나서야 한다. ‘선생님들의 연이은 비극은 사회적 죽음’임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서이초 교사 49재인 9월 4일 국회대로 변에 연좌한 채, 교권보호을 절규하는 추모집회 참여 교사들 모습. 아기와 유모차가 절박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출처 : 하성환)
서이초 교사 49재인 9월 4일 국회대로 변에 연좌한 채, 교권보호을 절규하는 추모집회 참여 교사들 모습. 아기와 유모차가 절박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출처 : 하성환)

그리고 “우리 사회가 병든 상태”임을 선언하고 “선생님의 잘못이 아님을 사회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나아가 “교사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마라”고 담화문이라도 발표해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교사의 비극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그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것”임을 만천하에 천명해야 한다.

교육청은 관내 교사를 대상으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교사들을 전수조사하여 치유하고 회복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교사들이 병들어 신음하는데 행복한 학생을 길러낼 순 없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겪는 고통은 사회적 고통이며 사회 질병임을 선언하고 국가 사회가 맨 앞에 나서서 그 상처를 떠안고 치유해야 한다. 그동안 아까운 교사들을 너무도 많이 잃었지 않은가!

그 일과 동시에 관내 전수 조사를 실시해 교실에서 홀로 싸우다 외롭게 스러져간 교사들을 산재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억울한 죽음을 개인사로 은폐하거나 축소 보고한 학교 관료들을 엄정하게 징계해야 한다. 그러할 때 교사들이 조금은 막힌 숨을 쉴 수 있으리라!

9월 4일 <진상 규명이 추모다> 손팻말을 치켜든 채, 여의도 공원 인근 도로와 인도에 연좌한 추모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9월 4일 <진상 규명이 추모다> 손팻말을 치켜든 채, 여의도 공원 인근 도로와 인도에 연좌한 추모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마지막으로 교육부는 말 잔치만 늘어놓을 게 아니다. ‘현장 요구’를 높이 받드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거기에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맨 먼저 억울한 죽음을 맞은 교사들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내년도 교육 예산을 올해보다 혁명적으로 늘려서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GDP 대비 공교육 예산을 1%만 늘려도 교사 증원을 통해 학급 당 학생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 외에 문제 행동을 일삼는 학생들을 위한 생활지도 전담 인력을 따로 확보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방해하며 폭력 성향을 보이는 학생들을 바로 분리 조치할 수 있는 학교 보안관을 학교마다 배치할 수 있다. 그 모든 게 교육 예산을 확보하면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학급 당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교사와 학생 간에, 그리고 학생과 학생 간에 ‘인격적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학교 폭력 문제는 자연스레 감소하게 된다. 교도소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인성 교육을 외치는 것 자체가 정직하지 못한 정책일 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교육부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6조 3천억 원을 삭감했다. 그런 상태로 8월 29일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기가 막힌 일이다.

<교권보호 합의안 의결하라> 손팻말을 치켜든 채, 연좌한 9월 4일 추모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교권보호 합의안 의결하라> 손팻말을 치켜든 채, 연좌한 9월 4일 추모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8월 23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이하 ‘종합방안’)은 그런 점에서 현실성이 매우 낮다.

8월 26일 6차 추모 집회 당시 <현장의 목소리 반영하라> 펼침막 무대 위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토로하는 김선경 선생님(출처 : 하성환) 김선경 선생님은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쳤다. 그러나 학교폭력 담당업무를 맡으면서 경찰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고발까지 당해 몸과 마음이 무너져버렸다. 몸무게가 급속히 10kg이나 빠지는 등 건강이 악화돼 올해 8월말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8월 26일 6차 추모 집회 당시 <현장의 목소리 반영하라> 펼침막 무대 위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토로하는 김선경 선생님(출처 : 하성환) 김선경 선생님은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쳤다. 그러나 학교폭력 담당업무를 맡으면서 경찰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고발까지 당해 몸과 마음이 무너져버렸다. 몸무게가 급속히 10kg이나 빠지는 등 건강이 악화돼 올해 8월말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미 아스팔트 위 검은 옷 입은 교사들은 발표 즉시 ‘종합방안’을 반대했다. 현장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탓이다.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두렵다. 내일 또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을까 두렵다. 집단 트라우마를 국가가 나서서 치유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또 다른 비극은 예고된 비극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이 고통스럽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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