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주기에 열어보는 역사의 봉분- 유족 송애순 님 댁 사연 (필명 김자현)

희생자 고인 송남제 님  교복을 입은 모습!
희생자 고인 송남제 님 교복을 입은 모습!

 

흑역사의 과녁판!

 

황방산 땅거죽을 뒤집자 드러난 잿빛 유골들

70년 동안

앞으로 고꾸라졌던 유해들이

찬란한 햇살 햇살 아래 눈을 부비며 드러났네

70만 볼트가 눈을 지지네

아이고 천지가 이제야 개벽이네

수백 발 총성에 황방산이 자지러지네

손목은 뒤로 묶이고 무릎 꿇린 채 총살이라니

전문가의 진언이 하늘에서 벼락을 때리네

 

오늘은 누가 오려나 내일은 내 님이 오시는가

대지를 두드리며 오는

발자국 발자국소리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낸 70년

몸은 죽었으나 어이 죽으리요 천추가 지나니 잊을 수 있으리요

만추가 지나니 용서할 수 있으리요 그날의 그 총성을

팡- 옆엣 사람이 고꾸라졌네

팡- 그 옆엣 사람이 고꾸라졌네

팡- 또 그 옆에 사람이 고꾸라졌네

아- 가슴의 진액이 바작 바작 마르는구나

아- 구원의 동아줄 하나

내 차례 다가올 때 하늘에서 두레박 하나 내려오는 건 아닐까

하늘이 놈들에게 벼락을 때릴지도 몰라

어머니 아버지에게 태어나 사는 동안

죄지은 거 있었다면 하늘이여 용서하옵소서

권님이가 저 앞에서 웃는구나!

내 아들딸, 송하야 애순아 상엽아- 팡!

 

2만오천오백오십 일

우리가 다 썩어 진토가 되어 흙으로 돌아가기 전

누가 오려나 누군가는 오시겠지

발을 구르며 토끼와 노루가 놀다 가고

장끼와 까투리

바람을 희롱하는 황방산에

아아-무심한 세월은 구름 속에 흘러가고

폭죽처럼 터뜨리던 소리의 향연을 즐긴 자

백발백중

사람 과녁판에 사격을 연습한 자 그들을

그들 뒤에 집총하고 서 있는 왜놈과 미제를

나찌를 매어달 듯 민족 앞에 처단해다오

세상의 광장에 세워다오 세계사의 단두대에 처형해다오

 

황방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세월에 풍화된 우리의 입

황방산에 쏟아지는 비바람은 죽었으나 죽을 수 없는

늙으려야 늙을 수 없는 영원한 청춘의 아우성

영문 모르고 죽어간 우리의 흑사!

엉겅퀴가 내 진액을 빨아올려

그 핏빛 꽃을 피우는지 칠십 해

그렇게 바라도

언제 오려나 내 피붙이

언제 오려나

결단코 역사의 봉분을 파헤칠 시대의 영웅은

어디서부터 말을 타고 오시기에 이리 더디신가 -

어머니  고 이권님 여사
어머니 고 이권님 여사

 

-----------------------------------------------------------------------

취재록

유족 송애순 님의 부친 송남제님은 음력 1922년 3월 4일 생으로 당시 면사무소로 끌려갈 당시가 26살이셨습니다. 조부 때부터 어업으로 가세가 크게 번창하여 초등학교는 고향에서 다녔으나 이후는 일본으로 유학, 동경에서 중등과 고등과를 마치셨답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 손죽 국교의 선생님이 되셨죠. 어머니 이권님 여사와의 사이에는 송애순님을 비롯해 오빠 송상하 여동생 송상엽님을 두셨습니다.

1948년 10월 19일 여순민중항쟁이 일어난 후 그달 31일, 같은 학교 대여섯 분의 선생님과 함께 면사무소로 잡혀가셨답니다. 아무 죄가 없으니 며칠 조사가 끝나면 돌아오겠지, 했으나 가족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일주일 후 여수로 가서 재판을 받고 그 해 11월  21일 전주 형무소로 압송되셨습니다. 이후 전주형무소에서 2년여 복역하는 중 한국전쟁, 6.25가 발발했습니다. 직후 7월 6,7일 경 전주형무소가 화재로 전소되고 송애순 님 부친의 생사는 이 세상 알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대체 돌아가신 것이 맞는지 돌아가셨다면 화재 때 변을 당하신 건지 잡아 간 사람도 없고 감옥에 가둔 사람도 없는 70년이 지났을 때 웬 전화 한 통을 받으셨다죠. 전주형무소 재소자 유족회장님으로부터 6.25 전후를 통해 전주형무소에 있던 수감자들 전원이 황방산을 비롯한 몇몇 산으로 끌려가 집단 총살당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주시가 주관한 학살피해자 개토식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이어서 황방산 개토 유해 발굴현장에서 끔찍한 역사를 목격했습니다. 진토된 유골들이 허옇게 드러난 현장을 내려다보며,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무릎이 꿇려진 상태에서 총살당한 거라는 전문가의 진언이 들려왔습니다.

당시 전주형무소 교도관이었던 분이 사망하기 전 진술에 의해 황방산은 유해발굴이 시작되었지만 또 어떤 산에서 그와 같은 악행이 벌어졌는지 모른다는군요. 2019년에 시작되어 발굴된 유해는 지금 세종시가 보관 중인데 언제나 DNA 검사 후 제 가족을 찾아 갈까요.

다행스럽게 조부의 재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없이 삼남매가 컷으나 87세로 돌아가신 어머님은 평생 어떤 가슴, 어떤 생각을 하며 사셨을까요. 무도한 정치꾼, 사악한 정치 모리배, 타민족 흡혈로 살아가는 미제와 일제, 그들과 결탁하여 제 민족을 학살한 이승만과 그 정권을 규탄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유족 삼남매, 송애순 송상엽 오빠 송상하님!
유족 삼남매, 송애순 송상엽 오빠 송상하님!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