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출입구 인삿말 문제 있어! <필명 김자현>

”행복하세요!?“

요즘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표를 체크인하면 녹음된 여성의 음성이 들린다.

”행복하세요“

그것도 선물을 주듯 하는 상냥한 목소리가 아니라 여성치고는 좀 딱딱한 목소리다.

기가 막혀서! 하루에 지하철을 두 번, 세 번을 이용하는데 전 국민적으로 불투명한 경제 

불투명한 미래, 불투명한 안전으로 한국전쟁 이후 가장 전쟁 위기가 고조된 이때 행복하시라니. 행복을 주고서 행복하라고 해야지. 내가 정도 이상의 피해망상인가 했더니 아주 행복한 분들도 거의 같은 적개심이 일어난다고 異口同聲이다.

행복하라고 하면 행복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인가. 날이면 날마다 전 국민의 얼굴에 숯불을 끼얹는 세기적인 망신살이 전 지구촌을 향해 발사되는데 그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가.

거의 민족적 재앙이요 역사적 변고가 날이며 날마다 국가통수권자에 의해 저질러지는데 그 국민이 무슨 수로 행복 근처에 갈것인가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수백 개의 기업이 도산하는 가운데 인사동과 종로만 해도 문을 닫는 점포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급락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가운데 민생이 실로 도탄에 빠졌으며 그 원흉이 누군데 행복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제2회 무연고 사망 및 자살 노인을 위한 추모 문화제 포스터(출처 : 김승원 작가님)
 제2회 무연고 사망 및 자살 노인을 위한 추모 문화제 포스터(출처 : 김승원 작가님)

자고 나면 이유도 없이 누군가 압색 당하고 누군가 구속되고 누군가 검찰로부터 고소 고발당하고, 따지고 들면 국가보안법에 걸려들었다고 하는 전방위적 탄압 정국이 행복한 것인가. 겉보기는 민주 공화국이나 파시즘의 망령들이 검은 망토를 두르고 출몰하는 이 정국이 행복한가.

혹은 총칼로 학살하지 않으니 행복하냐고 묻는 것인가. 5.18 이후에 4.16 세월호, 천안함, 10.29 이태원 참사, 이는 모두 사고이며 참사라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학살이다. 광화문에 가면 진상규명은커녕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억울한 유족들이 그저 하늘을 향해 앙천타도할 뿐이다.

미래를 짊어질 국가의 동량棟梁 될만한 재목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이고 싶어하는 이 무시무시한 정국에 국민의 행복지수가 존재하는가.

  촛불집회에 참석하진 85세의 성악가 배효직 선생님!(출처 : 김승원 작가님)
  촛불집회에 참석하진 85세의 성악가 배효직 선생님!(출처 : 김승원 작가님)

국운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매주 토요일마다 전쟁 위기로 불안과 초조 속에서 이를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살 수 없는 시민들이 이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기 시작한 지 한 해가 되어가는데 어디서 행복 타령인가.

생사여탈권을 쥔 줄 알고 초법적 권력을 휘두르니 행복한가.

국고를 내 주머닛돈처럼 수백억 수천억을 함부로 쓰고 다니니 행복한가.

눈만 굼쩍이면 뇌물이 마구 들어오니 행복한가.

정적을 향해 잡아먹을 듯 승냥이 행세를 하니 행복한가.

타국 방문에 국빈 의전 중독 되어 행복한가.

똥물에 튀할 듯 국격을 추락시키니 행복한가.

숭미와 친일로 설설 기는 것이 행복인가.

한국전쟁 이후 최고조로 전쟁위기를 초래하여 행복한가.

역사적 변고요 민족적 재앙의 화신이여 행복한가.

   촛불 행진 집회 장면(출처 : 김승원 작가님)
   촛불 행진 집회 장면(출처 : 김승원 작가님)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